비스타(Vista)를 좋아했다.

화려한 UI와 안정적인 성능. 윈도우 XP 이후 5년 만에 새 버전. 언론에선 연일 대서특필했고 세상은 비스타를 중심으로 돌아갈 것 같았다. 나 역시 그렇게 예상했고.

한가지 간과한 점은 비스타가 생각보다 사양이 높았다는 점이다. 느렸고. 세월이 흘러 PC의 성능이 좋아지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으나 PC 업그레이드의 진행 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더뎠다. 게다가 깜짝 등장한 저사양 넷북의 인기는 비스타의 진출을 정면으로 가로 막은 셈이 됐다. 결국은 “XP 다운그레이드 제공”이라는 굴욕까지 안겨줬으니.

작년말 Jason Hiner는 The top five reasons why Windows Vista failed 라는 ZDNet 컬럼에서 비스타의 실패 원인으로 다섯 가지를 꼽았다. 이 중 “Vista is too slow & Windows XP is too entrenched” 에 대해 얘기해보자.

우선 사양이 높은게 가장 큰 문제다. 1G 메모리에서 구동한 적이 있었는데 정상적인 이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느렸다. 데스크탑에선 항상 2G 이상을 사용하니 느린 것을 체감하지 못했는데 1G 이하에선 확실히 느리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SuperFetch 였던가. 유휴 시간에 하드 디스크의 정보를 읽어와 메모리에 올려두고 나중에 빠르게 실행시키겠다는게. 개념은 좋았지만 수시로 하드를 읽어대는 통에 좀 예민한 사람은 노이로제에 걸릴 판이었다.

XP에서 업그레이드 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하위호환성의 덫에 걸려 XP에서도 PC 이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사용자들은 굳이 업그레이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이제 와서 IE 6 이라도 쓰지 말자며 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여전히 IE 6 점유율이 67%가 넘는(포탈 접속자 기준) 한국에선 최신 버전 IE 8도(점유율 10%) 힘겹다.

IE 6, 7, 8을 모두 합한 점유율은 98%에 달한다. 단, 2%의 시장을 파이어폭스, 크롬, 사파리가 나눠 갖는 우스운 모습을 연출하는 곳이 우리나라다.

윈도우 XP / IE 6 는 이미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철옹성이다.

그렇다면 윈도우 7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XP의 견고한 철옹성을 깨뜨리고 침체한 PC 산업을 되살릴 수 있을 것인가.

최소한 한 가지는 성공했다. 느린 속도의 극복이다. 넷북에서도 아무 문제 없이 윈도우 7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퍼포먼스가 향상됐다. 비스타와는 달리. 하지만 그것 만으로 윈도우 7의 성공을 단정짓긴 이르다.

4개월 전 LIFE BEYOND WHARTON 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을 지금 사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여전히 현금을 찍어내는 공장인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7 출시가 공식 발표되면 주가는 큰 영향을 받을 거라는 얘기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직도 현금을 찍어내는 공장이다. 2008년 12월31일 부로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지고 있는 현금은 자그마치 24.7조원이었고, 2009년에만 19.5조원의 free cash flow가 추가적으로 생길 거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또한, 상당히 시장에서 반응이 좋은 Windows 7 출시가 공식적으로 발표되면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은 큰 push를 받을 거라고 확신한다.

이외에도 OS의 독점적 위치는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며 변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 예견했는데 이 말은 달리 해석하면 윈도우 7 최대의 적은 자사 제품인 윈도우 XP 라는 말이 되기도 한다. 변화는 결코 쉽지 않을테니까.

마이크로소프트가 최대의 적인 본인 스스로를 극복하고 윈도우 7을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킬지 두고 볼 일이다.

그렇다면 내 예상은?

이번에야 말로 윈도우 7의 성공을 확신한다. XP 등장의 파급력 만큼 윈도우 7도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키리라 확신한다. 그래서 요즘 나도 조금씩 MSFT 주식을 사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