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하게 생각해보자.

지하철에서 핸드폰의 조그만 화면으로 DMB를 열심히 시청하는 사람을 보면 무슨 생각이 떠오르는가. 또는 게임을 하고 있다면. 뭔가를 바쁘게 입력하는 사람도 있을게다. 너무 바빠서 저러고 있을까. 글쎄, 내가 보기엔 그저 무료함을 못이겨 어떻게든 시간을 때우려는 한심한 모습으로 보이는데. 가뜩이나 조그만 LCD에 뭔가를 하려고 애쓰는 모습. 그렇게 안쓰러워 보일 수가 없다.

구글 안드로이드(Android) 폰이 등장했다.

스마트폰 시장은 안드로이드 광풍에 휩쌓였다. 구글 어플리케이션과 완벽한 동기화. 훌륭하다. 이제 밖에서도 메일 수신이나 일정 관리, 문제 없다.

그런데 조금만 더 근본적인 고민을 해보자. 밖에서 메일 수신, 일정 관리 꼭 해야 하나. 조용하게 책 한권 읽어볼 여유는 없는가. 반드시 해야한다면 꼭 스마트폰이어야 하나. 노트북은 안될까.

노트북이 있잖아

노트북은 업무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요즘은 8-10인치 사이의 넷북이 인기다. 무선 인터넷이 지천에 널렸다. 까페에선 무료로 인터넷을 쓸 수 있다. 조금 더 여유가 있다면 HSDPA나 WiBro를 택할 수 있다. 이러면 핸드폰이 부럽지 않다. 핸드폰이 터지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인터넷이 가능하다. 물론 요금은 비싸다. 그래도 핸드폰으로 하는거 보다야 훨씬 저렴하다. 어디, 그 뿐인가. 노트북의 큼직한 화면과 표준 키보드의 높은 생산성은 핸드폰의 그것과 비할 바가 아니다.

핸드폰에 QWERTY 키보드를 장착하면 사용성이 향상될까. 나라면 핸드폰으로 메일 쓰려고 낑낑댈 시간에 노트북 한번 열어 인터넷 연결하고 표준 키보드로 보내는게 훨씬 더 빠를거 같은데.

수시로 연락해야하는 영업직인가. 항상 이동하면서 메일을 수신하고 일정을 쳐다봐야만 하는 직종인가. 연락은 전화만 하면되지 스마트폰의 복잡한 기능은 뭐하러 필요할까. 실제로 대부분의 영업직은 단순 전화 이상의 기능은 사용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찾는 이 대부분은 이미 충분한 가젯을 확보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노트북도 모자라 UMPC며, 넷북이며 다 갖고 있는 사람들이 또 다른 기기에 욕심을 내는 사치 행위다.

아이팟 터치

아이팟 터치를 사용했다. 멀티 터치가 어찌나 신기하던지. 그 작은 화면에서도 내 블로그가 브라우징 된다. 신기하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답답하고 느린 속도. 조금만 무거운 사이트가 나와도 브라우저는 작동을 멈춘다. 작은 스크린은 태생적 한계다.

바로 옆에 노트북이 있는데 뭐하러 조그만 아이팟 터치를 들고 낑낑대는거지. 순간 내 자신이 한심했다.

아이팟 터치는 화장실 갈때나 갖고 가는 장난감으로 전락했다. 아니, 요즘은 화장실 갈때도 노트북을 들고 간다. 맥북 에어는 충분히 가볍다. 아니, 그 보다는 책을 들고 가는게 훨씬 좋다. 요즘은 화장실 갈때 책을 들고 간다.

무선 인터넷 잠시 쉬면 안될까

가만, 내가 노트북과 떨어져있는 시간이 몇시간이나 될까. 사무실과 집에선 당연히 함께하고 밖에서도 꼭 필요할땐 들고 다닌다. 출장 갈때 챙기는건 기본.

그렇다면 노트북이 없는 경우는. 주말에 가족과 함께 야외에 나가거나, 바닷가에 갈때, 운동을 할때, 수영을 할때, 골프를 치러갈때 뿐이다. 그 두어시간 메일 확인 안하면 무슨 큰 일이라도 날까. 노트북이 있다 해도 업무를 볼 수 없는 시간들이 아닌가. 가족과 함께 하는 주말에 업무 메일을 실시간으로 수신할 준비를 해야 할까. 만약 그렇다면 좋은 아빠가 되긴 글렀다는 사실만 명심하라.

전화가 싫어

전화 그 자체는 매력적인 커뮤니케이션 도구다. 하지만 항상 컴퓨터와 함께 하는 21세기 사무직에게 더 이상 전화는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도구는 아니다.

업무 시간에 걸려오는 한통의 전화는 내 업무를 방해한다. 전화를 받기 위해 내 모든 업무를 중단해야 하며, 통화를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옆 사람에겐 소음이 되어 누를 끼친다.

전화로 얘기한 업무 요청은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전화를 끊고 나면 무슨 얘길 했는지 기억이 안날때가 많기 때문이다. 대화가 정리되지 않으면 똑같은 얘기만 반복하는 비효율적인 상황에 빠지기도 쉽다.

즉각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편리함이 있는 반면 이를 위해 포기하는, 잃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전화는 이기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그래도 잘 팔리겠지

컴퓨터가 냉장고 만하던 시절, 왜 가정에 PC가 한대씩 놓여야 하는지 이해 못하던 이들이 있었다. 성능을 줄여가며 PC를, Computer를 Personal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던 이들이었다. 하지만 PC는 세상을 지배했다. 이들의 주장은 보기 좋게 틀렸다.

이제 그 패러다임은 PC와 모바일로 이동했다. 나처럼 PC의 성능을 줄여가며 모바일로 만드는 것을 반대하는 이들이 여전히 있다. 무선 인터넷의 폐쇄성지적하는 이도 있다. 이미 시장은 스마트폰을 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과연 내가 얼마나 스마트폰 없이 버틸지는 모르겠으나, 세상은 내 바램과는 상관없이 움직일 것이다. 어쨌든 아이폰은 멋지다. 안드로이드는 더욱 멋지다. 그래서 화가 난다.

사진 출처: Android: No VOIP for You — and Other Oddities With the Google Ph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