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이 문제였다.

비 오는 와중에도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녔다. 이 정도 생활 방수도 되지 않으면 그게 무슨 핸드폰이야. 그런데 카메라엔 습기가 찼고 급기야 배터리 방전과 함께 사망했다.

한참을 말린 후 켜보니 백라이트가 깜빡깜빡 한다. 뭔가 문제가 있다. 몇 시간이 지나니 아예 백라이트가 들어오지 않게 됐다.

바로 다음날, KT 플라자를 찾아갔다. 플라자의 여직원은 더할 나위 없이 친절했다. 침수 라벨도 확인했는데 별 이상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그래 비 좀 맞은 거 갖고 침수 라벨이 젖는다면 그 또한 문제겠지. 이 정도면 당연히 무상 A/S 아닌가. 리퍼폰을 받아 왔다.

며칠이 지난 후 수리 담당 엔지니어에게서 전화가 왔다. 분해 해보니 침수 라벨이 젖었다며 무조건 교체해야 한단다. 예의 그 296,000원을 요구한다. 아이폰 A/S 정책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에 올 것이 왔구나 하는 느낌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하다. 비 좀 맞은 거 같고 30만원을 내라니. 수리는 안되고 무조건 교체 해야 하며 이 비용을 고스란히 고객이 부담해야 한다니.

난 절대로 침수한 적 없다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고 했더니 마음대로 하란다. 소비자 보호원 같은데 알아보라고 한다. 이거야 말로 하려면 하고 말려면 마라는 식이다. 기분이 상한다. 이 친구한테 더 따지고 싶었지만 그래 봤자 남는 게 무엇인가. 이 친구도 그저 수리를 담당하는 일개 엔지니어일 뿐일텐데. 잘못된 A/S 정책이 문제가 아닌가.

아무리 그래도 너무하다. 고객에게 직접 응대하는 엔지니어의 태도가 엉망이다. KT 플라자의 더할 나위 없이 친절한 여직원과 너무 비교된다.

결국 그냥 반송해달라고 했다. 백라이트 하나 안 들어오는 거 가지고 30만원은 절대로 지불할 수 없다. 기분 나쁘게 전화를 끊었다.

5분 후 다른데서 전화가 온다.

친절도를 평가해달라는 무슨 설문 조사 기관이다. 그래. 엔지니어 얘기를 하고 엔지니어 고객 응대 교육도 좀 더 잘 시키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런데 KT 플라자 직원의 친절도만 계속 묻는다. 플라자 직원이야 더할 나위 없이 친절했으니 무조건 10점 만점을 줬다. 그랬더니 더 할말이 없냐 묻는다. 플라자 직원에겐 더 할말이 없다고 하니 고맙다며 전화를 끊는다.

어, 여기서 끊으면 안 되는데. 난 그 마음대로 하라던 엔지니어 얘기를 해야 하는데. 설문조사 기관이라고 연락 온 번호로 다시 전화를 해봤지만 착신이 금지된 번호다. 더 이상 연락할 길이 없다. 결국 엔지니어 얘기는 단 한마디도 꺼내지 못한 채 그렇게 나의 아이폰 A/S 절차는 모두 끝이 났다.

어쨌든 이제 난 반송된 내 고장난 아이폰을 받으러 가야 한다. 고작 백라이트 하나에 30만원은 절대 낼 수 없고 사설 수리 업체를 알아볼 요량이다. 최악의 경우 LCD를 교체 한다해도 9만원 선에서 해결 가능하다. 그 전에 먼저 내가 아이폰을 직접 분해해 침수돼 부식된 부분을 닦아볼 요량이다. 백라이트 나간 정도는 부식된 부분을 손질하는 수준에서 바로 해결될 듯 싶다.

사진 출처: Daum 영화

그런데 고객이 이런걸 직접 해야 한다니. 의료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자기 몸에 직접 칼을 대고 수술을 하는 영화 식코가 떠오른다. 이런 황당한 일이 미국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그 대상이 사람 몸이 아니라 핸드폰 기계란 점만 다를 뿐. 아이폰 A/S도 미국의 악명 높은 의료 보험제도와 다를 바 없다. 결국 30만원이란 불합리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려면 고객이 직접 핸드폰을 분해해 수리할 수 밖에 없다.

또 한가지.

KT 플라자의 직원은 더할 나위 없이 친절했다. 그런데 정작 수리를 담당하는 엔지니어의 태도가 무례하기 짝이 없다. 아무리 엔지니어라도 어쨌든 이 엔지니어는 고객과 직접 연락하고 응대하는 업무가 있지 않은가. 하려면 하고 말려면 마라는 식 엔지니어의 불친절한 응대는 KT 플라자 직원의 더할 나위 없이 친절했던 경험을 모조리 상쇄시킨다.

KT는 플라자 직원의 친절 교육만 할게 아니라 엔지니어들에게도 고객을 응대하는 친절 교육을 철저히 해야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아이폰 A/S 정책을 고객이 수긍할 수 있도록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대뜸 30만원 내고 바꾸시던지 말던지 식의 응대는 그 누가 들어도 기분 나쁠 수 밖에 없다.

이제 나는 고장난 아이폰을 받을 것이다. 백라이트가 들어오지 않는 아이폰을 직접 분해해서 수리해볼테고, 그게 안되면 사설 수리 업체에 맡겨볼 요량이다.

마지막으로 아이폰 4가 출시되기까지 기다릴 것이다.

혹시나 해서 미리 말하자면 아이폰 4로 바꾸려고 일부러 비 맞은건 절대 아니다.

정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