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불제 교통카드를 쓰지 않는 정보인권 활동가가 있다. “후불제 교통카드는 이후 요금 정산을 위해 모든 이용 내역, 즉 언제 어디서 버스를 타서, 어디서 지하철로 갈아탔는지 등과 같은 정보들이 기록에 남게 된다.”1는 것이 그 요지다.
단순한 교통 정보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반문할 수 있지만 일전에 온라인 상에서 발생한 유출 사고를 돌이켜보건데 결코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AOL의 검색 쿼리 노출이 그것인데 그 사람의 검색 쿼리에서 직업, 취미등의 개인 정보가 낱낱이 드러났고 심지어 원치 않는 사생활마저 공개되었다는 점에서 온라인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 사건이다.
비슷한 문제가 오프라인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교통 정보에 불과하지만 그것이 유출될 경우 그 파장은 실로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 아는 사람이 자신의 교통카드 이용 내역이라고 보여준 적이 있다. 그 사람은 개인적인 일로 교통카드 이용 내역을 뽑아보게 되었는데, 문서로 뽑아놓고 보니 자신의 행적이 훤히 들여다보여 소름이 끼친다고 말했다. 교통카드 이용 내역으로부터 우리는 그 사람의 생활 패턴까지 추측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매일 비슷한 시간대에 같은 노선을 이용한 기록이 있다면, 아마도 출퇴근 시 이용한 기록일 것이며, 집의 위치와 회사의 위치가 대강 드러날 것이다. 평소의 공간 반경이나 이동 패턴으로부터 벗어난 기록이 있다면, 그날 그 사람에게 특별한 어떤 일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기록이 다른 정보(예를 들어 문제의 사건이 일어난 장소)와 결합된다면, 그 사람과 문제의 사건이 연관되었을 개연성이 커진다.
“정부 기관의 요청에 의해 혹은 유출 사고로 교통카드 이용 현황이 누군가에게 넘어 간 경우”2원치 않은 사생활 노출이 발생할 수 있다. 온라인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개인 정보 보호에 각별히 유의해야 하는 이유다.
몇년전부터 나는 선불제 교통카드만을 고집하고 있다. 개인정보가 담겨있는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일이 위와 같은 이유로 미덥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떤 개인 정보가 남겨지고 취합되는 지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고찰과 함께 개인정보의 노출을 막을 수 있는 적절한 제도적인 보완이 시급하다.



3 comments
어제 길을 가다 목격자를 찾는 현수막이 걸려있더군요. 특이한 것은 그냥 보통은 목격자를 찾는다고만 적혀있는데 지나가던 000번 버스승객을 찾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경찰 통해서 후불교통카드를 조회하면 목격자를 찾을 수 있을텐데 저렇게 현수막을 걸었을까 싶었는데 그게 사생활 침해로 보여질 수도 있겠군요. 그 부분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저러한 정보를 조회하는 것에도 적법한 절차만 충분하다면 좋을텐데요.
전 반대로 후불을 주로 씁니다. 한달을 살아온 기록이 필요할때가 있거든요. 대신 선불카드는 언제나 들고 다닙니다. 비상용이자 기록 숨기기 용이죠. 저는 그렇다 치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사람들이 저러한 기록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지 생각해보니 좀 아찔합니다. 바로 제 가족에게도 포함되는 문제니깐요.
기술에는 언제나 양면성이 존재합니다. 범인을 찾는게 아니라 범인이 범행 대상을 찾는 일에 쓴다면? 이른바 양날의 검이죠. 비록 수사목적일지언정 내 개인의 활동기록이 낱낱이 파헤쳐지는건 유쾌한 경험은 아닙니다.
저 인권운동가 블로그에서 ‘충전식은 떨구면 그만’이라고 적은 것 같은데, 충전식이라고 해서 기록을 남기지 않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카드 번호와 개인 정보가 직접적으로 연동이 되지는 않으니 기록은 남아도 바로 누구 것이라고 연관을 시킬수는 없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