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가 애플 사이트를 통해 Thoughts on Flash(플래시에 대한 생각 – 번역)라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플래시를 거부하는게 결코 앱스토어를 보호함이 아니라 기술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이렇다.

  1. 개방성: 플래시는 폐쇄적이다. 웹 관련 기술은 개방되어야 한다.
  2. “풀 웹” 미신: 웹 비디오 75%가 플래시라 볼 수 없다고 주장하나 H.264 포맷으로 대부분 해결 가능하다.
  3. 견고함, 보안, 성능: Symantec 발표에 따르면 플래시는 2009년 최악의 보안 기록 제품으로 선정된 바 있다.
  4. 배터리 수명: 소프트웨어 디코더인 탓에 배터리를 지나치게 소모한다.
  5. 터치: 플래시는 마우스에 적합한 인터페이스를 갖고 있다. 터치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6. 비표준 개발: 3rd-Party, 크로스 플랫폼 레이어는 품질 저하를 가져올 것이다.

잡스와 어도비의 관계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전 창고 시절부터 애플은 어도비 지분 20%를 소유했다. 하지만 Mac OS X 등장 10년이 지나서야 코코아를 지원하는 뒤늦은 제품(CS5) 출시에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애플의 하드웨어는 독창적이고 진보적이다. 여기에 크로스 플랫폼은 품질 저하만 가져올 뿐이니 애플의 진보적인 기기를 위한 독창적인 형태만 허용할 것이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 독창적이고 진보적인 애플만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라.
  • 웹은 반드시 오픈 스탠다드여야 한다.

라고 주장한다.

철저히 폐쇄적인 제품을 만들면서 웹 만큼은 반드시 오픈 스탠다드를 강조하는건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시스템을 위해 크로스 플랫폼은 허용하지 않는데 유독 웹만 오픈 스탠다드를 강조하는건 어불성설이다.

애플의 폐쇄성에 대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얼마전 애플이 ARM을 인수하려 한다는 루머가 퍼진 적이 있다. ARM의 CEO, Warren East는 일언지하에 이를 부인했다. ARM은 공장 하나 없이(fabless) CPU를 설계만 하고 여기에 여러 가지 부가 기능을 덧붙여 nVidia, 모토롤라, 삼성등이 CPU를 제조하는 독특한 공동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또한 이 생태계는 모바일 CPU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만약 여기에 애플이 끼어들면 이 생태계가 파괴되는건 당연지사. 그간의 애플의 전략과 정책을 되짚어 본다면 ARM을 인수하게 되면 자사의 CPU 코어로 독점 할 것이 분명하다. ARM을 중심으로 여러 기업의 공동 생태계가 애플 하나로 엉망이 될 수 있는 것. 다행히 WestEast는 이를 부인했고 생태계를 지켜나가는 쪽을 택했다.

예전부터 항상 강조하지만 난 플래시가 뛰어나다고 옹호하는게 아니다. 플래시가 뛰어난지 엉망인지는 사용자가 판단할 문제지 애플이, 스티브 잡스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란걸 지적하고 싶다.

잡스는 사용자들을, 자사의 고객을 자꾸만 자신의 울타리에 가두려 하고 있다. 왜 특정 벤더가 특정 기술을 자꾸만 막아서며 비난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앱스토어 플랫폼을 지켜나가려는 의도가 아니라고 자꾸만 강조하고 끝까지 기술적인 문제라며 대중을 설득하려 한다.

단언컨데 플래시가 지금보다 10배 더 안정적이고 빨라진다해도 애플은 결코 플래시를 채택하지 않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직접 공식 홈페이지에 성명을 내며 비난의 칼을 빼든 것은 세계 최고의 기업이, 세계 최고의 CEO가 하는 행동 치곤 너무 치졸한게 아닌가 싶다.

* 이 글은 Adobe RIA 후원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