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도 훨씬 전에 파킨슨의 법칙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그 얘길 다시 꺼내는건 얼마전 『파킨슨의 법칙』을 책으로 다시 구매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올해 초 다른 출판사에서 개정판으로 새로이 출간됐다. 따로 소개해달라고 연락 받은 적은 없지만 완독 후 “WORK EXPANDS so as to fill the time available for its completion(업무는 주어진 시간만큼 늘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 유명한 문구 말고 ^^ 또 다른 법칙에 대해 소개해볼까 한다. 참고로 책 기저에 흐르는 저자의 생각에 완전히 동의하는 것은 아니며 저자의 신랄한 독설이 때로는 부담스럽다는 점은 분명히 해둔다.
오늘 소개할 법칙은 “공무원은 서로를 위해 서로 일을 만들어낸다.” 이다. 공무원 1명이 할 일을 어떻게 7명이 처리하게 되는지, 7명이 서로를 위해 엄청나게 많은 일거리를 만들어내어 모두가 충분한 업무를 맡게 되는 사례에 대해 소개한다.
공무원은 서로를 위해 일을 만들어낸다
6명의 구성원을 거느린 조직의 보스 A를 중심으로 이들 7명이 어떻게 일을 처리하는지 살펴보자.
일단, 서류가 접수되면 7명 모두 차례로 열람한다. 우선 서류를 접수한 D가 그 서류 담당이 E라고 결정하면 E는 답신 초안을 작성해 B에게 제출할 것이다. 그러면 B가 그것을 대폭 수정한 후 C에게 조언을 구하고 C는 부하직원 F에게 그것을 처리하도록 맡길 것이다. 하지만 F가 마침 휴가 중이어서 서류가 G에게 그대로 전달되면 G가 수정안을 작성하여 C의 결재를 받고 B에게 전달한다. B는 그것을 토대로 자신의 기안을 수정해서 새롭게 완성된 답신을 A에게 제출한다.
그렇다면 A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A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
사실 A는 온갖 문제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제출된 서류를 읽어보지도 않고 결재한다고 해도 변명할 여지는 충분하다.
그는 내년에 W의 자리로 승진될 것이기 때문에 B와 C 중에 누구를 후임자로 지명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한편으로 그는 요건이 안 된다는 이유로 F의 휴가 신청을 거절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F 대신 G에게 병가를 내주었는데 그게 올바른 결정인지도 고민거리다. G는 최근 내내 창백해 보였는데, 그 이유가 가정 문제 하나만은 아닌 것 같았다.
다음으로 정기 대회 기간동안 E에게 특별 급여를 지급할지 여부와 D를 연금관리부로 지원 파견하는 문제도 결정해야 한다. 또한 C가 유부녀인 경리과 여직원과 사랑에 빠졌고, F와 E는 서로 말도 안 하는 사이인데 아무도 그 이유를 모른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런 문제에 신경 쓰느라 A는 B가 올린 기안을 그대로 결재하여 일을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그는 천성이 성실한 사람이어서, 직원이 늘어나서 생기는 문제로 인해 고민이 많더라도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지는 않는다. 그는 기안을 주의 깊게 검토한 후 B와 G가 덧붙인 복잡한 문장을 삭제하고 그나마 똑똑한 E가 맨 처음 작성한 대로 고쳐 놓는다. 그리도 도대체 요즘 젊은이들은 문법에 맞는 글을 쓸 줄 모른다고 한탄하며 문장을 다듬는다.
결국 6명의 부하 직원이 생겨나기 전에 작성했을 법한 답신이 완성됐다
결국 6명의 부하 직원이 생겨나기 전에 그가 작성했을 법한 답신이 완성됐다. 똑같은 결과가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의 손을 거쳐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들여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빈둥거린 사람은 없었다. 모든 구성원이 최선을 다했다.
A가 분주한 일과를 끝내고 퇴근 준비를 하는 시간은 늦은 저녁 무렵이다. 사무실의 불이 하루의 끝을 알리며 하나 둘 꺼질 무렵 가장 늦게 사무실을 나서는 무리들 사이에 어깨를 축 늘어뜨린채 쓴 웃음을 짓는 A의 모습이 보인다. 흰 머리카락이 그렇듯 늦은 귀가시간 역시 성공에 따르는 댓가임을 A는 잘 알고 있다.
오늘도 최선을 다해 일 했다. 그의 구성원들도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그의 조직 7명이 오늘 하루 동안 한 일은 원래 1명이 했을 법한 일과 별 차이가 없다.



